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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의 詩詩한 이야기] 성미영 시인 작 고명(鼓銘)
  • 포커스데일리
  • 승인 2019.01.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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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포커스데일리)

성미영 시인 작 고명(鼓銘)

비워야 비로소 울림이 온다
비울수록 넓고 깊게 퍼져나간다

귀에 순해야 마음에도 거스름이 없나니
마음의 소리 귀에 이르고 다시 마음에 이를 때까지
두드리고 두드릴 일이다

오욕칠정 깊이 삼키고 날숨처럼 날리는
恨어린 흥이여
화려한 가락이 없어도 물 흐르듯
유장한 리듬을 타고
생을 변주하는 통섭의 장이 되는구나

나를 때려 단련하는 일이 필생의 업일지니
살갗이 닳고 뼈가 닳고 마음까지 닳아 없어질 때
진정한 나에 이르는 것

스스로를 가두고 두드리고
단련하고 너와 한가지로
울림 있는 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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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때려 단련하는 일이 필생의 업일지니

유협의 <문심조룡> 문체론에 의하면 이 시는 명잠(銘箴)에 해당한다.
명(銘)은 새기는 말이고 잠(箴)은 경계하는 말이다. 옛날에 중국 황제 헌원씨는 가마와 안석(案席)에 글을 새겨서 자신의 행동이 어긋나는 것을 바로 잡았고, 하나라 우임금은 악기를 다는 틀과 기둥에 문구를 새겨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았다.

은나라 탕왕은 쟁반과 사발에 ‘나날이 새로 워야 한다.’는 규범을 적어 놓았고, 주나라 무왕은 집의 기둥과 돗자리에 ‘반드시 지켜야 할 교훈’의 글을 써 놓았다. 주공단(旦)은 쇠붙이로 만든 형상에 뜻을 새겨서 말을 삼가 했고, 공자는 비뚤어진 그릇을 보고 얼굴빛을 고쳤다 한다.
이와 같이 옛날 성인들이 경계의 말을 거울로 삼았던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성경에서도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고,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라고 한다.

이 시 고명(鼓銘)은 북에 새겨 넣은 경구로서 자신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자세가 잘 엿보인다.

공명(共鳴)이 없이는 공감대(共感帶)를 형성 할 수 없다. 공명은 가운데가 비워(空)있어야만 가능하다. 통의 양쪽에 가죽을 팽팽하게 메워 북 방망이로 쳐서  울릴 때 비워 있을수록 울림이 오고 그것이 바로 생을 변주하는 통섭의 장이 되는 것이다. 

마음에서 소리에 이르고 소리에서 마음에 이르기 까지 두드리고 두드리고, 나를 때려서 단련하는 일이 필생의 업이어서 끝내는 다 닳아 없어지는 것이 바로 북의 본질이며 사람의 근본이다.

2019년 계해 년 황금 돼지의 해 1월이 지나고 있다. 또 설날이 다가왔다.
올해는 독자들이 사랑하는 물건에 명잠(銘箴)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출입문이던지 식탁보이던지 냉장고문이던지 거실 벽이던지 자가용 운전대이던지  쉽게 늘 볼 수 있고 사용하는 것에 새길 만한 경구를 붙여 놓고는 볼 때, 만질 때, 사용 할 때 마다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나를 단련하고 단련하여 울림이 있는 한 해가 되고 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얼쑤! 좋다! 좋고! 잘한다! 신바람 나는 추임새와 함께 북을 울리며, 비워야 비로소 울림이 있는 생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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