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기자수첩] 홍준표 전 대표의 '북풍 음모론'…북미회담에 찬물 끼얹지 말아야
  • 남기창 기자
  • 승인 2019.02.07 15:17
  • 댓글 0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잠시 환담을 나눈 뒤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스트레이츠타임즈>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홍준표 대표가 음모론을 내놓아 화제다.

홍 대표는 6 페이스북에 "27-28일 베트남에서 미북회담이 개최 되는 것은 지난 지방 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 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홍 대표의 주장은 '그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 하려는 북측이 문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에 불과 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에서 절정에 이르는 모양세다.

그는 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문제조차도 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이를 근거로 한국당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미뤄 지방 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여당인 민주당은 북으로 보낸 귤 상자에 귤만 들어있겠냐는 '귤 음모론'을 능가하는 '날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주요 이슈를 가짜뉴스로 가공하고 음모론으로 각색하는 솜씨는 탄복스러운 수준이라고도 비판했다.

안보팔이로 정권을 유지해왔던 수구 보수세력의 적반하장식 '북풍' 음모론에 아연 실색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7일 의원총회에서 "참으로 우연치고는 기이하다는 생각들 많이 하고, 걱정들도 많이 하는 것 잘 알고 있다."면서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북 정상회담을 바로 전날 잡더니 이번에는 또 전당대회와 겹치는 아주 고약한 일이 있게 됐다"고 거들고 나선 모양이다.

이른바 '북풍(北風)'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불행의 역사로 기록된 지도 오래됐다.

북풍이 힘을 쓰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는 1950년대 자유당 정권은 물론이고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때 더욱 굳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틈만 나면 '북풍' 주사를 국민들에게 주입시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박정희의 뒤를 이은 전두환은 물론 그의 친구였던 민정당 노태우 후보측은 '안보불안' '색깔론' 등을 들먹이면서 이를 선거에 활용했다. 

북풍은 '북한 변수'를 뜻하는 것으로 1996년 4·11 총선(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본격 등장한 용어로 정치권과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은 1995년 2월9일 김종필 전 총리가 공화당계를 이끌고 탈당하고 연말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등 위기를 맞아 신한국당으로 개명했다. 

이때 총선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무력시위를 펼쳐 국민들에게 안보불안감을 심어줬다. 이에 힘입어 신한당은 139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79석, 자민련은 50석, 통합민주당은 15석을 얻었다. 

일부에선 정부 여당이 대북지원을 대가로 북한측에 적당히 무력시위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후 북풍은 선거때 힘을 발휘하는 북한변수라는 고유명사로 정착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북풍은 1997년 12월 15대 대선에서 북에서 바람이 불어 왔다. 당시 집권여당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 대세론이 아들의 병역문제로 휘청거렸다. 

이때 청와대 관계자들이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총격 등 무력시위를 벌여 달라고 요청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총풍' 사건이 터져 나왔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날자 음모론'은 이른바 '총풍사건'의 후예들다운 발상인 듯싶기도 하다.

북미회담이 2월 말에 열리리라는 것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공개된 사실을 근거로, 북미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가 겹쳤다고 한 달 이상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홍 전대표의 주장은 음모론을 넘어 애처롭기까지하단 얘기들도 나온다.

혹시, 뒤쳐진 당내 지지도를 의식해 시간벌기를 하자는 주장은 아닐까하는 애처로움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공식화 됐다는  소식에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봄소식에 찬물을 끼얹는 듯 한 구태 정치인의 발언에 씁쓸함이 더해지는 이유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기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