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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오신 (三省吾身)
  • 이두남
  • 승인 2019.05.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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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칼럼니스트)

(울산=포커스데일리) 넝쿨 장미가 오월의 연초록 풍경을 감상하려는 듯 담벼락을 잡고 목을 길게 내밀어 말갛게 웃고 있다.  

계절의 순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계바늘을 봄에서 여름 초입으로 돌려놓았다. 이 틈새를 놓칠세라 농부들은 파종을 하고 무논에 모내기 준비로 손길이 분주하다. 

고추, 감자, 옥수수, 토마토, 고구마 등 많은 종류의 새싹들은 바람 냄새, 흙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앞 다투어 자라난다.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아름다운 연서를 받은 것처럼 미묘한 마음의 떨림마저 감돈다.

같은 환경에서 파종을 하고 같은 손길로 애정을 쏟지만 저마다 자라나는 속도와 모양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없는 감정을 증폭시킨다. 

강물도 마찬가지다. 큰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보면 표층에 있는 물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몹시 출렁이며 흐름이 빠르지만 깊은 곳에 있는 물은 느리고 강물 전체를 아우르며 강답게 조화를 이루려고 애를 쓴다.

이처럼 모든 이치는 속도와 절제를 통해 각자의 중심을 잃지 않고 변화와 균형을 잘 유지할 때 아름답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솝 우화에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장면이 나온다. 매사에 빠른 토끼는 느림보 거북이를 늘 놀려댔다. 참다못한 거북이는 어느 날 토끼에게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다. 예상대로 토끼가 엄청난 거리로 일찌감치 앞서 갔다.

기세등등한 토끼는 뒤돌아보아도 거북이의 머리카락  조차 보이지 않자 미리 우승을 자축하며 그늘에서 잠시 낮잠을 청했다. 그 사이 거북이는 쉬지 않고 꾸준하게 달려 토끼를 따돌리고 결승점에 먼저 도달하였다. 

우리는 이 우화를 보며 토끼가 게으름을 피워 거북이에게 졌다고 게으름의 상징으로 부른다. 인생도, 식물의 성장과정도 단거리와 장거리 형으로 구분된다.

누구의 게으름을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꾸준히 간다면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쉬거나 고이지 않고 도도하게 흐른 물만이 대하를 이루고 목적지인 바다에 도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늘 남보다 먼저 도달하려고 지금의 행복보다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초조하게 달려오지 않았는지 한번쯤 반문해 볼 일이다.  

논어 학이편에 삼성오신 (三省吾身)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매일 세 번 자기가 한 행위나 생각을 살피고 돌이켜보아 반성한다는 뜻이다.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되도록 덜 후회하며 사는 길이 있다면 삼성오신을 실천하는 길이다.

즉, 나 자신과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보고 싶은 사람보다 지금보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하고 있는 일에 열중하며, 미래의 시간보다 지금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혜이며 후회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세 가지 착각과 교만에 빠져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젊을 때는 언제나 청춘이어서 안 늙을 것 같은 착각과 교만, 건강할 때는 자신은 아프지 않고 병이 안 들것 같은 착각과 교만, 그리고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과 교만에 빠져 살기 쉽다고 한다.

꽃을 피우자마자 즉시 오던 길로 떠나야 하는 낙화를 보며 아름답지만 교만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는 꽃의 지혜와 끈기에 우리는 감동하고 전율한다. 비바람에 흔들려도 방향을 잃지 않고, 때를 잊지 않고 꾸준하게 제 모습을 지켜왔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향기롭다고 도취된다.

이처럼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들판의 식물들처럼, 오월의 신록처럼 고뇌와 슬픔도 마음속으로 삭이며 의연하게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권력과 탐욕에 찌든 정치인들이 암투를 벌이는 장면은 오월의 장미꽃처럼 향기 뒤에서 찌르는 가시가 되어 우리의 선한 마음에 금이 가게 한다.

가시 없이 진한 향기로만 민생을 살필 수는 없는 것일까? 아름다운 것에 가시가 있듯 탐욕은 독을 부른다. 정치도 명예도 마음의 여유와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삼성오신을 잘 실천해서 얼룩진 지상에 향긋한 장미향이 번지듯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고 조화롭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서로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껴안으며 높고 낮음 없이 둥글둥글 하나 되는 오월이기를 바라본다.

이두남  press@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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