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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느 멋진 날에
  • 이두남
  • 승인 2017.05.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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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남 논설위원

[포커스데일리]닻별이 명멸하는 도심의 이른 거리에 한 폭의 미화가 지나간다.

유채색 조끼를 걸친 두 남자가 달리는 자동차 꽁무니를 잡고 딱정벌레처럼 붙어 있다. 

이른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주보고 웃는 표정이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이팝 꽃잎을 닮았다. 

남들보다 먼저 이른 새벽을 밝혀 거두고 치우는 일이 새처럼 부지런하고 즐거워 보인다. 음식 쓰레기 냄새를 꽃향기로 느끼는 것일까?  흩날리는 꽃잎 때문이라면 그들의 인생은 화려한 꽃인 셈이다.

특별히 즐거울 일 없는 일상에서 남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을 수거하는 일이 저토록 분분하다면 그들은 이 사회의 잔잔한 교훈이며 노년의 부지런한 일벌의 모습이다.

동트기 전의 불그스레한 여명이 얼굴에 그을리자 하얗게 드러난 두 이빨이 팔랑팔랑 꽃잎처럼 흩날린다.

남들이 하루를 시작할 무렵 그들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거리를 선물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아침을 밝히는 그들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로 각인된다.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출근길 표정을 보면 한결같이 묵묵하고 성급한 표정이다. 희망이라기보다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이거나 산더미 같은 일에 눌린 표정이다. 그 얼굴은 오랜 풍화로 굳어 자신도 모르게 어두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기피하는 하찮은 일 같지만 환경미화원의 해맑은 표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화의 그 풍경이 온 종일 어느 멋진 날로 환하게 물들이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시사 주간지 “TIME" 은 밀레니얼 세대를 ‘나나나 세대’로 명명해 관심을 끌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밀레니엄 직전에 태어나 21세기 초반을 이끌어 가는 세대다. 이들의 성공 기준은 예전과 다르다.

통상적인 잣대를 따르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두어 개개인에 따라 상이하다고 분석하며 자기 충족적인 성공을 추구한다. 평가기준을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에 둠으로써 성공의 개념은 더 넓어지고 다양하다고 한다. 

이전 세대들은 판사, 검사, 의사 등 이른바 ‘사’자를 성공의 지표로 삼았으나 요즘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원한다.

보수가 적더라도 효율성 높으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높은 명예나 금전적인 보수는 그 다음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일의 의미나 가치를 체감하고 즐거움을 느끼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에 미치면 몰입도와 헌신 또한 뛰어나다.

또한, 트렌드에 민감하며 명품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가성비를 중요시 한다. 주택 마련보다는 외제차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며 컴퓨터와 함께 자라나 대화보다는 SNS에 더 익숙하다. 

한편 저성장기의 밀레니얼 직장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평생직장 개념인 롱런은 기대마저 하지 않는 추세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젊은 직장인들의 성공 기회도, 선택의 여지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리보존이 힘들다면 일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일의 만족도도 떨어져 결국 일터를 떠나고 만다. 

이런 밀레니얼세대 직장인들의 불안정한 면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이 잘 발현된다면 창업은 물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혼자가 되어 딥 워크 (Deep work)에 들어간다고 한다. 외부 접촉을 완전히 끊고 미래를 설계하는 ‘생각주간’을 가진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 집중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집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깊은 성찰을 통해 그는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이 사실에 익숙해져라” 라고 일갈한다.

공평하지 않다고 불평하기 전에 익숙함 속의 나만의 익숙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태어나서 가난한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고 말했다. 

생각주간을 보내면서 기록한 빌 게이츠의 명언은 성공을 꿈꾸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명멸하는 별빛의 거리에서 밝은 얼굴빛을 띄우는 환경미화원처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에 찬 그 모습에 우리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던 그 자리에서 그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물론 그 일을 천직으로 여길 때 행복은 봄 햇살처럼 스며들 것이다.

봄은 길섶의 풀 한 포기, 강으로 스며드는 시냇물 한 줄기, 수풀을 흔들며 지나가는 한 무더기 바람에도 어김없이 스며든다. 또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아기, 질풍노도의 청소년들,  할미꽃처럼 허리 굽어도 아름다운 꽃인 할머니 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든다.  

이 아름다운 봄의 향연처럼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화합과 평화의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길 간절히 바라며, 봄빛으로 그득한 멋진 5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두남  webmaster@ulsan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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