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HOME 사회/문화
'몰래'는 죄가 아니다?…'몰카와의 전쟁' 성공하려면입법조사처 "기존 성폭력처벌법 조항 모호해… 사전적·사후적 규제 함께 논의해야"
  • 백준무 기자
  • 승인 2017.08.10 08:00
  • 댓글 0
24일 강원 화천경찰서 직원이 화천쪽배축제장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감지기를 이용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사전점검하고 있다.(화천군청제공)2017.7.24/뉴스1

'몰래'는 죄가 아니다? 성폭력특별법 14조(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흔히 '몰래카메라 범죄'라고 불린다. 하지만 '몰래' 찍었다는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A씨는 2013년 6월부터 8월 사이 지하철역 승강장과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15차례나 여성들을 몰래 촬영했다. 대부분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10대, 20대 여성들이 그 대상이었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15건 중 5건에 한해서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받은 A씨의 사진에 대해 "공개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에 가깝다"며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들이라도 특정한 경우에만 죄가 된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존 처벌 조항부터 명확하게 고쳐야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14일 '몰래카메라 범죄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법률 체계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라는 구문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촬영자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촬영대상자의 수치심을 자극한 것을 의미하는지, 사회 평균적인 수준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이러다보니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중심으로 찍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리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몰래'는 사라진다. 

입법조사처는 몰카 범죄에 대한 규제의 이원화 방안도 제시했다. 타인을 성적 대상화해 촬영하는 경우는 기존처럼 성폭력처벌법의 적용을 받고, 그 외에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촬영 행위의 경우 새로운 규정의 적용을 받게 하는 방안이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형사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입법조사처는 초소형카메라의 불법적인 판매와 유통을 사전에 통제하는 한편, 법원이 촬영 각도나 의도 등 당시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외국의 경우 몰카 범죄를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라고 판단하고 법률을 정비하는 추세다. 미국은 허락을 받지 않고 나체를 찍거나 속옷 차림인 사람의 성기나 엉덩이, (여성의 경우) 가슴 등을 찍을 경우에 국한해서 처벌했다. 

최근에는 도촬 행위를 사생활 침해로 인식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을 만들고 있다. '몰래'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메사추세츠주법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더라도 동의 없이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하면 최대 2년6개월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몰래'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드문 상황이다. 초소형카메라를 판매·소지할 경우 관할 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 몰카 범죄 상습범에 대한 가중 처벌을 담은 법안 등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문 대통령의 '몰카와의 전쟁'이 성공을 거둘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준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