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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지방소멸] ④ '전국 출산율 1위' 해남의 인구는 줄고 있다
  • 김도형 기자, 백준무 기자
  • 승인 2017.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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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17.8.30/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전남 해남군은 전국에서 가장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역이다. 해남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2.42명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출산율 전국 1위를 달성했다. 해남에 거주하는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2.42명의 아이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다. 2016년 기준 전국 평균이 1.17명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다.

높은 출산율은 파격적인 출산 혜택의 영향이다. 해남군은 첫째 자녀를 출산할 경우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2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해남군은 내년도 예산안에 양육비 30억원은 물론 0~2세 대상 보육료 30억원 또한 책정했다.

그럼에도 해남의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해남 인구는 2012년 7만8334명에서, 2013년 7만7863명에서 2014년 7만7286명, 2015년 7만6446명, 지난해 7만5644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해남의 위험소멸지수는 0.286으로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이러한 미스터리의 원인을 '먹튀 출산'에서 찾는다. 인근 지역 거주자가 해남으로 이사하고, 출산 뒤 원래의 거주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2012년 '관내 거주 1년 이상'이라는 출산장려금 지원 대상 요건을 삭제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합계출산율 또한 가파르게(1.524→2.470) 상승했다. 해남에서 태어난 2012년생 영아들을 추적하면 '먹튀'의 실체가 보인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남의 2012년생 인구는 810명이다. 이들 중 2013년에도 해남에 남아있는 이들은 761명이다. 2014년에는 651명, 2015년 576명, 2016년 543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올해 해남에 거주하고 있는 2012년생은 483명에 불과하다. 5년만에 3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전출입 기록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남군이 출산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작한 2012년에는 0~4세 아동의 경우 총전입 390명, 총전출 355명으로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전출이 훨씬 늘어나기 시작한다. 2013년 0~4세 전입 인구는 317명, 전출 인구는 473명으로 전출이 156명 더 많다. 2014년 역시 전입 291명, 전출 541명으로 순이동은 '마이너스' 250명이다. 2015년 전입 275명·전출 592명, 2016년 전입 258명·전출 695명으로 갈수록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다. 

마 교수는 "해남은 '자연적' 인구증가가 인구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인구감소에 압도된 전형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인한 이동으로 인한 인구증감분이 자연적인 증감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해남의 역설'은 단순히 출산 장려만으로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는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각 지자체의 출산 장려 지원책은 결국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띄게 된다. 지자체들이 호객 행위에 열중하는 동안 혈세는 눈 먼 돈으로 전락한다.

청년층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일자리다. 생활 가능한 임금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는 농·어업은 물론, 기존 산업단지의 낙후와 쇠퇴가 이들을 떠나게 만든다.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부산시 영도구 20~30대 인구는 2005년 4만9423명에서 2016년 3만561명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젊은이들이 떠난 지역은 내수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침체하고, 더욱 일자리가 감소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2' 보고서에서 "2010년 대비 2015년 전국적으로 취업자가 7.9% 증가했으나 소멸위험지역에서는 절반 이하인 3.4% 증가, 소멸고위험지역은 오히려 3.2%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영도구는 지난해 광역시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수가 낮을수록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위험이 높은 지자체로 분류된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이 연구위원은 "최근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경우 위기의 순환 싸이클이 빨라지고 있으며, 위기의 폭도 깊어지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제조업이 집적된 비수도권 지방의 고용위기를 심화시킨다"면서 "4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변화는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향후 지방의 쇠토를 더욱 가속화할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화학 제조업 위주의 기존의 발전모델로는 지방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복지 분야의 서비스업을 대안적 발전모델로 제안했다. 낙후 지역 또는 지방 중소도시에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에서 확대할 경우 지방에도 괜찮은 일자리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낮은 여성고용률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고용률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출산 및 양육,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의 질 제고는 결국 젊은 여성의 지방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강래 교수는 "조그만 도시에 맞는 일자리 육성"을 강조했다. 마 교수는 "큰 기업을 유치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방 중소도시의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며 "지역주민을 고용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유치하거나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이 지역사회에 되뿌려지고, 이것이 다시 또 다른 고용효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형 기자,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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