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시장에서 ‘주행거리’는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최근 배터리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훌쩍 넘는 전기차 시대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단계에 접근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고체 배터리, 주행거리 1300㎞ 시대 열까
17일(현지시간) 자동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일부 중국 기업들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1300㎞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가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사용한다. 이로 인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낮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의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할 핵심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 기술 개발 속도전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테스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둥펑자동차는 올해 초 극한 저온 환경에서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 시험을 시작했다. 해당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350Wh/kg 수준으로, 중국 CLTC 기준 10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창안자동차 역시 2026년 3분기 이전 시험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안은 ‘골든 벨(Golden Bell)’로 명명한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에너지 밀도 400Wh/kg, CLTC 기준 1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리자동차는 ‘배터리 나이트’ 행사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최대 600Wh/kg 에너지 밀도의 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며 1500㎞ 이상의 주행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회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단계적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BYD와 CATL 역시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의 소규모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내수 시장 규모를 기반으로 관련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한국·일본도 가세…글로벌 경쟁 본격화
전고체 배터리 경쟁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한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들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전문 기업 팩토리얼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공급한 배터리 셀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S 개조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1200㎞ 이상 주행에 성공했다.
팩토리얼은 올해 초 카르마 오토모티브 전기차에 적용할 배터리 생산 프로그램도 시작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유 황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르면 2027년 전고체 배터리가 실제 전기차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팩토리얼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 역시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주행거리 확대뿐 아니라 충전 속도 개선, 안전성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존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도 장거리 주행과 겨울철 성능 저하 문제는 주요 소비자 불만으로 지적돼 왔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결론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2027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적용을 예고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행거리 1300㎞ 이상의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경우, 전기차 보급 속도와 시장 경쟁 구도 모두 크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