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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위한 ‘몸 없는 뇌’ 실험… 인간 뇌 되살리는 기술 어디까지 왔나

신약 개발 위한 ‘몸 없는 뇌’ 실험… 인간 뇌 되살리는 기술 어디까지 왔나
  • Published5월 22, 2026

인간의 뇌를 몸에서 분리한 뒤 관을 연결해 약물을 주입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장면은 철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통 속의 뇌’ 사고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미국의 한 바이오 스타트업이 실제로 사망자의 뇌 조직을 활용해 신약 반응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의료·생명윤리 분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현지시간 20일, 사망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인간의 뇌에서 제한적으로 생명 활동을 유지하며 약물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 플랫폼을 소개했다.

사망 후 뇌 조직에 산소·인공혈액 공급

“의식 없는 상태서 세포 반응만 유지”

미국 바이오 기업 벡스오그는 사망자의 뇌를 활용해 신약 반응을 검증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죽은 뇌를 다시 살리는 기술’로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설명한다.

이 기술은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겨 기능을 잃은 뇌 조직에 인공 혈액과 산소를 강제로 공급해 세포 수준의 생화학 반응을 일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세포는 산소를 소비하고 포도당을 분해하는 등 기본적인 대사 활동을 보이지만, 신경세포 간 정상적인 신호 교환이나 의식 회복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즉, 세포는 살아 있는 상태를 일부 유지하지만 인간의 사고나 감각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구에 사용되는 뇌는 사망 후 몇 시간이 지난 뒤 시설로 옮겨진다. 이후 외과 전문의가 약 30분 동안 혈관을 정리하고 관과 밸브를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장치에 연결된 뒤에는 세포 반응, 단백질 변화 등 수백 개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연구진은 약 24시간 동안 반응을 분석한 뒤 뇌 조직을 수백 개 조각으로 나눠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동물실험 한계 넘기 위한 시도

인간과 쥐의 약물 반응 차이 해결 과제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험용 쥐에서 효과가 나타난 약물이 인간 뇌에서는 작동하지 않거나, 동물에게 안전했던 용량이 사람에게는 독성을 일으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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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도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인간 뇌 기반 연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벡스오그의 최고경영자 즈보니미르 브루셀야는 “60~80년 동안 살아온 인간의 뇌세포에는 그 시대의 환경, 약물 노출, 유전적 특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실제 환자와 유사한 조건에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헤이븐은 이 기술을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시험했다. 동물실험에서는 반응이 없었던 약물이 인간 뇌 조직에서는 예상 용량의 20분의 1 수준에서도 효과를 보였으며, 개발 기간도 약 1년 단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 되살아나는 것 아니다” 강조

마취제로 전기 활동 차단

기술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의식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의식 형성을 막기 위한 이중 안전장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망 후 수 시간이 지난 뇌는 이미 의식 유지에 필요한 신경 활동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여기에 전신마취제로 사용되는 프로포폴을 투입해 전기적 활동 자체를 억제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생명윤리학자 브렌던 페어런트는 “실험에 사용되는 뇌는 의식 표현에 필요한 신경 발화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뇌 기증은 장기이식 기관을 통해 진행되며, 회사 측은 연구 목적과 절차를 설명받은 유가족 상당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남은 한계와 윤리 논란

다만 기술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인간의 몸처럼 완전한 순환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뇌척수액 배출 같은 일부 생리 기능은 생전 상태와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또 현재는 전기 활동을 차단한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약물이 발작이나 경련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향후 일부 뇌 조직에서는 마취제를 제거한 뒤 전기 활동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인간 뇌 질환 치료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생명윤리와 인간 의식의 경계에 대한 논쟁 역시 함께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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