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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떻게 고혈압 관리의 세계적 모범 국가가 됐나

한국, 어떻게 고혈압 관리의 세계적 모범 국가가 됐나
  • Published6월 13, 2026

짠 음식 소비가 많은 나라로 알려진 한국이 이제는 고혈압 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은 최근 한국의 고혈압 관리 성과를 집중 조명하며 김치냉장고 보급,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 저렴한 약값, 체계적인 환자 관리 시스템 등을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란셋》은 한국을 국가 차원에서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통제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와 의료계의 장기적인 협력 구조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 과제 된 고혈압… 한국은 달랐다

현재 전 세계 약 17억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는 비율은 2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핵심 위험 요소로 꼽히며 심근경색과 뇌졸중, 만성 신장질환, 치매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꾸준한 정책 추진과 의료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비영리단체 ‘Resolve to Save Lives’의 최고경영자(CEO) 톰 프리든은 《란셋》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례가 과학적 근거 기반 정책의 성공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개입이 실제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와 저염 정책이 만든 변화

나트륨 줄이기 정책 본격 추진

《란셋》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한국의 나트륨 저감 정책이다.

한국 정부는 2012년부터 국민 나트륨 섭취량을 20% 줄이기 위한 국가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식품업계와 협력해 가공식품의 염분 함량을 낮추는 정책도 병행했다.

한국 식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김치 문화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김치냉장고 보급 효과

과거에는 김치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많은 양의 소금을 사용해야 했지만, 김치냉장고 보급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염도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해졌다.

《란셋》은 김치냉장고의 확산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 감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책 시행 이후 단 2년 만에 성인 나트륨 섭취량이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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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활가전 기술과 공공보건 정책이 결합해 건강 개선 효과를 낸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전국민 건강보험과 체계적 관리 시스템

HIRA 중심의 관리 구조

한국의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관리 시스템도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란셋》에 따르면 의약분업 시행 이후 환자들은 동일한 의료진으로부터 지속적인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HIRA는 건강검진 여부와 약물 처방, 추적 진료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의료기관의 혈압 관리 수준을 평가했다.

성과가 부족한 기관에는 불이익이 부과되면서 전체적인 의료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건강검진 참여율도 높은 수준

정기 건강검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란셋》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건강검진 참여율이 70~80% 수준에 이르면서 진단받지 못했던 고혈압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건강검진 시스템은 직장가입자뿐 아니라 지역가입자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어 만성질환 조기 발견에 강점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렴한 약값과 높은 치료 지속률

효과적인 혈압약을 낮은 비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혔다.

《란셋》은 칼슘통로차단제(CCB)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등 주요 고혈압 치료제가 비교적 적은 본인 부담금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여러 약물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 처방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장기 치료 지속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한국의 혈압 조절률은 약 62%까지 상승했다.

태국과 비교된 한국의 정책 실행력

《란셋》은 태국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의 성과를 강조했다.

약 20년 전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두 나라의 혈압 관리 성과는 현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태국의 혈압 조절률은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란셋》은 이러한 격차가 단순한 의료 인프라 차이 때문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와 제도적 실행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남은 과제도 존재

다만 한국의 고혈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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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셋》은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여전히 권장 기준의 약 두 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증가, 고령화 심화 등도 고혈압 유병률 감소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배달 음식과 가공식품 소비 증가가 새로운 건강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고혈압학회 김광일 회장은 “고혈압 관리 개선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정부와 학회, 일차의료 현장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논의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사례는 단순히 의료 기술 발전을 넘어 정책과 생활문화, 공공보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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