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진행되는 ‘뇌 청소’ 과정 관찰 길 열리나… 이마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 개발
수면은 단순한 휴식 시간을 넘어 뇌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리적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면 중 뇌가 노폐물을 제거하는 이른바 ‘뇌 청소(Brain Cleansing)’ 기능이 치매와 인지 건강 연구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외 연구진이 가정에서도 수면 중 뇌 내부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이마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면 중 뇌액 변화 실시간 측정 가능한 웨어러블 기술 개발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여운홍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면 중 뇌액 변화 상태를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웨어러블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면 부족이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수면 중 뇌가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림프계는 뇌척수액이 뇌 조직을 통과하며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스템으로, 깊은 수면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뇌척수액이나 뇌액의 변화를 확인하려면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대형 의료장비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연구실이나 병원 환경에서만 측정이 가능했으며, 실제 생활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근적외선 기술 적용한 이마 부착형 센서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이마에 부착하는 부드러운 무선 근적외선 분광법(NIRS) 기반 웨어러블 기기다.
이 장치는 빛이 뇌 조직을 통과하면서 흡수되는 정도를 분석해 뇌 조직 내 수분 변화와 혈류 변화를 측정한다. 피부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유연한 소재를 사용해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밤새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정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가정 환경에서 총 16회의 야간 측정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뇌파와 안구 운동을 동시에 분석해 수면 단계를 구분하고, 이를 뇌액 변화 데이터와 비교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 증가한 뇌 수분 신호
분석 결과, 수면 단계가 전환될 때마다 뇌 수분 신호가 일정한 패턴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성 상태 또는 렘(REM) 수면에서 깊은 비렘(NREM) 수면으로 전환될 때는 신호가 증가했으며, 반대로 비렘 수면에서 렘 수면으로 이동할 때는 신호가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뇌파를 통해 확인된 수면 단계 전환 시점과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기가 뇌액 변화뿐 아니라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과 심박수 등 다양한 생리적 리듬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비렘 수면에서는 호흡과 심박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렘 수면에서는 불규칙성이 증가했다. 이는 기존 수면 생리학 연구에서 알려진 특성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스마트워치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등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수면 시간, 심박수, 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이번 장치는 수면 중 뇌액 변화와 글림프계 활동을 간접적으로 관찰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진은 기존 수면 연구가 주로 수면 시간이나 깊은 수면의 양을 평가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수면 중 뇌 회복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치매·수면장애 연구 활용 가능성
윤창호 교수는 “자연스러운 수면 환경에서 글림프계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은 신경계 질환 연구 분야의 오랜 과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건강한 사람과 인지기능 저하 환자를 포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수면무호흡증 치료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뇌 청소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표준 검사와의 비교 검증을 통해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치료 효과 평가를 위한 새로운 관찰 도구는 물론, 수면장애와 노화, 인지기능 저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검증 필요
다만 이번 연구는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기 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와 장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수면 중 뇌의 변화 과정을 가정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관련 기술이 발전할 경우 치매 예방과 수면 건강 관리, 인지기능 연구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ae-yoon Ryu는 Ulsanfocus.com의 필진으로, 국내외 주요 뉴스와 정치, 경제, 기술, 스포츠, 문화·연예,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보도를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이슈를 다루며, 독자들의 일상과 지역사회에 관련된 이야기를 균형 있게 전하는 데 집중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현재의 흐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