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치매 신경 손상 원인 규명…‘아연 불균형’이 핵심 기전
국내 연구진이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치매와 연관된 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 영장류에서만 발견되는 특유의 유전체 구조 변화가 세포 내 아연 균형을 무너뜨리고 골지체 기능 이상과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간 뇌 오가노이드로 치매 발병 기전 추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이미옥·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유전자 구조 변이가 신경퇴행성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기티드 테라피’에 게재됐다.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 연구에는 그동안 생쥐와 같은 실험동물이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전체 차이 때문에 일부 질환의 발생 원인을 기존 동물 모델만으로 정확하게 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대표적인 차이가 영장류에서만 발견되는 짧은 DNA 염기서열인 ‘알루 요소’다. 알루 요소는 인간 유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며, 두 알루 요소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재조합이 발생하면 중간에 위치한 유전정보가 삭제될 수 있다.
생쥐에는 알루 요소가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유전체 변화가 인간 뇌에 미치는 영향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SPAST 유전자 변이가 아연 수송 기능에 영향
유전자 결실로 비정상적인 융합 전사체 형성
연구팀은 유전성 경직성 하반신마비의 원인으로 알려진 ‘SPAST’ 유전자에 주목했다. 일부 환자는 SPAST 유전자에 큰 결실이 발생할 경우 운동 증상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증상도 나타내지만, 구체적인 발생 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환자에게서 발견된 유전자 변이를 모사하기 위해 SPAST 엑손 17이 결실된 줄기세포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분석 결과, 결실된 SPAST 유전자가 인접한 SLC30A6 유전자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면서 융합 전사체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골지체에 위치하는 아연 수송체 ‘ZnT6’의 양은 정상 수준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아연 축적이 골지체 손상과 신경퇴행 촉진
ZnT6가 줄어들면서 세포질 내부에는 아연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됐다. 이에 따라 세포 내부의 아연 항상성이 무너졌고, 단백질과 지질을 가공·운반하는 골지체가 조각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신경퇴행성 이상으로 이어졌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은 대조군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세포사멸이 진행된 신경세포 역시 약 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연 조절하자 신경 손상 관련 지표 완화
연구팀은 새롭게 확인한 경로를 조절하면 신경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아연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킬레이트제를 이용해 세포 내부에 과도하게 축적된 아연을 줄이거나 골지체의 분절을 억제한 결과, 골지체 구조가 회복되고 아밀로이드 베타 수준도 감소했다. 지질 이상을 비롯한 다른 병리적 변화 역시 완화됐다.
이는 아연 항상성과 골지체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이 특정 유전체 구조 변이와 관련된 신경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연구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 조직에서도 연관성 확인
연구팀은 이번 기전이 보다 일반적인 치매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인 ZnT6 발현과 골지체 분절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또한 RNA 분석이 이뤄진 환자 표본 가운데 절반에서 뇌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유형의 비정상적인 SPAST-SLC30A6 융합 전사체가 관찰됐다.
다만 분석 표본이 적었던 만큼 이 기전이 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 고유 DNA 구조와 치매 연결고리 제시”
연구를 이끈 이미옥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 고유의 DNA 구조에서 비롯된 유전적 변이가 아연 균형과 골지체 기능을 무너뜨리고, 결국 치매와 관련된 신경퇴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확인된 연관성이 치매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동물 모델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인간 특유의 유전체 구조 변화와 신경퇴행의 연결 과정을 뇌 오가노이드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아연 불균형과 골지체 기능 이상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면서 향후 치매 치료 표적을 발굴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Jae-yoon Ryu는 Ulsanfocus.com의 필진으로, 국내외 주요 뉴스와 정치, 경제, 기술, 스포츠, 문화·연예,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보도를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이슈를 다루며, 독자들의 일상과 지역사회에 관련된 이야기를 균형 있게 전하는 데 집중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현재의 흐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