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해군의 핵심 전력인 최신 항공모함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전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가 함내 화재로 수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작전 구역을 이탈하면서, 장기 파병에 따른 군 내부 피로도와 시설 문제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함내 세탁실 화재…30시간 만에 진화
부상자 발생·대규모 연기 흡입 피해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관계자는 홍해에 배치돼 있던 제럴드 R. 포드호가 그리스 크레타섬의 미 해군 수다 기지로 이동해 수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리 기간은 최소 일주일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지난 12일 함내 세탁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됐다. 불은 30시간 넘는 진화 작업 끝에 겨우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장병 1명이 부상을 입어 헬기로 긴급 이송됐으며, 약 200명이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침실이 불에 타는 등 내부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럴드 R. 포드호는 2017년 취역한 미 해군의 최신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건조 비용만 약 130억 달러(한화 약 19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전략 자산이다.
장기 파병·시설 결함 겹쳐…승조원 피로 누적
“사실상 1년 해상 근무” 가능성
이번 화재는 이미 장기간 임무 수행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발생해 군 내부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NYT에 따르면 포드호는 현재까지 약 10개월 동안 장기 작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임무 기간이 오는 5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승조원들은 통상적인 항공모함 배치 기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약 1년을 바다에서 보내게 된다.
이는 한국 해군의 해외 파병 부대와 비교해도 상당히 긴 기간으로, 장병들의 사기 저하와 직결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반복된 시설 문제…생활 여건도 악화
화장실 배관 650개 이상 결함
포드호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구조적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함내 화장실 배관 약 650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설 결함이 이어지면서, 승조원들의 일상 생활에도 불편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초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해군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된 상태였다.
여기에 이번 화재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NYT는 화재로 침대가 손상되면서 600명 이상의 승조원이 바닥이나 테이블에서 잠을 자야 했고, 세탁실이 불타면서 기본적인 세탁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약 100여 개 이상의 침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중동 작전 공백 우려…대체 항모 투입 가능성
‘조지 H.W. 부시호’ 투입 검토
포드호의 이탈로 중동 지역에서의 미 해군 전력 공백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NYT에 “조지 H.W. 부시호가 중동 배치를 준비 중이며, 포드호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과의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항공모함 전력을 유지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동에서 항공모함을 핵심 억지력으로 활용해 왔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안보 환경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평가된다.
결론
제럴드 R. 포드호의 이번 화재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장기 파병과 시설 노후, 인력 피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초대형 전략 자산의 일시 이탈이 중동 군사 균형에 미칠 영향과 함께, 미 해군 내부 운영 방식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