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에 대응하기 위한 행성 방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탐사선이 근접 관측한 한 소행성이 예상과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소행성의 크기와 궤도뿐 아니라 실제 형태와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탐사선이 포착한 ‘접촉쌍성’ 소행성
하야부사2, 토리후네 근접 비행 통해 구조 확인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Hayabusa2)는 소행성 ‘토리후네(Torifune)’를 근접 비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천체가 두 개의 암석 덩어리가 서로 붙어 있는 ‘접촉쌍성(Contact Binary)’ 구조임을 확인했다.
하야부사2는 토리후네를 시속 약 1만7,600km의 속도로 통과했으며, 소행성 표면 약 792m 거리까지 접근해 촬영을 진행했다. 그동안 토리후네는 태양계를 이동하는 작은 점처럼만 관측돼 정확한 형태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접 촬영 결과, 토리후네는 하나의 암석체가 아니라 두 개의 소행성이 서로 결합한 형태로 드러났다. 접촉쌍성은 두 천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충돌 후 하나의 구조로 합쳐진 천체를 의미한다.
격렬한 충돌 대신 느린 결합 과정 추정
일반적으로 소행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충돌 시 산산조각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두 암석체가 파괴되지 않고 하나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형성 과정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징이 소행성 형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계 곳곳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접촉쌍성
희귀 천체에서 흔한 유형으로 인식 변화
과거에는 접촉쌍성이 매우 드문 천체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태양계 곳곳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이 해왕성 너머 카이퍼 벨트에서 눈사람 모양의 접촉쌍성 ‘아로코스(Arrokoth)’를 촬영했다.
또 2023년에는 NASA의 루시(Lucy) 탐사선이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위치한 딘키네시(Dinkinesh)의 위성 ‘셀림(Selim)’ 역시 접촉쌍성 구조임을 확인했다.
어떻게 형성됐을까
과학계에서는 접촉쌍성의 형성 과정을 두고 여러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는 대형 소행성을 공전하던 작은 위성이 점차 궤도를 잃고 중심 천체와 합쳐졌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가설은 과거 대형 소행성 충돌로 떨어져 나온 암석 조각들이 매우 낮은 속도로 서로 접근한 뒤 부드럽게 충돌하면서 결합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토리후네가 후자의 방식으로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행성 방어 연구의 핵심 임무 수행
연장 임무 중인 하야부사2
하야부사2는 원래 소행성 ‘류구(Ryugu)’ 탐사를 위해 발사된 우주선이다. 2020년 류구에서 채취한 시료를 담은 캡슐을 지구로 성공적으로 귀환시키며 주 임무를 마쳤다.
이후에는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 연구와 행성 방어 기술 개발을 위한 연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리후네 근접 비행이 ‘신속 정찰(Rapid Reconnaissance)’ 임무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속 정찰은 탐사선이 소행성을 빠르게 지나가며 크기, 형태, 구조, 구성 성분 등을 단기간에 분석하는 방식이다. 향후 지구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이 발견될 경우 방어 임무 설계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지구 방어 전략에 새로운 도전 과제
외형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구조
토리후네는 현재 지구에 위협을 주는 천체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관측은 미래의 소행성 방어 임무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토리후네는 표면이 다소 울퉁불퉁한 단일 소행성처럼 보였다. 하지만 탐사선이 가까이 접근한 뒤에야 두 개의 암석 덩어리가 결합된 구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지구 방어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충돌 방식의 한계 가능성 제기
NASA는 2022년 DART(이중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 임무를 통해 무인 탐사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시켜 실제로 궤도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리후네처럼 두 개의 덩어리가 연결된 접촉쌍성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접근한다면 같은 방식의 충돌 전략이 예상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탐사선이 두 덩어리 사이의 좁은 연결 부위를 타격할 경우 충분한 충격을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한쪽 덩어리에 지나치게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소행성 전체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회전하거나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토리후네 관측은 소행성의 실제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행성 방어의 출발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향후 지구 방어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궤도 계산을 넘어 소행성의 형태와 구성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