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의 제왕’으로 불리는 시베리아호랑이가 집단으로 ‘간헐적 단식’에 들어갔다. 중국 최대 호랑이 보호시설에서 건강 관리를 위해 시행한 조치로, 최근 급증한 관광객의 먹이 주기 체험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됐다. 야생동물 보호와 관광 산업이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동물 복지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춘절 관광객 급증…호랑이 건강 관리 필요성 제기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3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위치한 시베리아호랑이 보호시설 ‘동북호림원’이 약 200마리를 대상으로 ‘순환식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원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진행된다. 전체 11개 방목장을 하루 단위로 돌아가며 ‘단식 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구역의 호랑이들은 지정된 날 하루 동안 먹이를 공급받지 않는다. 각 호랑이는 일정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단식을 경험하게 된다.
공원 관계자는 “과학적 건강 관리를 위해 도입한 조치”라며 “춘절(중국 음력 설) 기간 동안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먹이 주기 체험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체중과 건강 상태를 조절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동물원에서 제한적으로 먹이 주기 체험을 운영하지만, 과도한 먹이 공급이 동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관광객 체험 유지하면서 먹이 공급 균형 조정
공원 측은 단식 프로그램의 또 다른 목적이 관광객 체험과 동물 건강 관리의 균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먹이 공급 방식을 최적화해 호랑이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이 먹이 주기 체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 공식 홈페이지 역시 “단식 구역에서는 고기 먹이 제공이 금지되며, 방문객은 공원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한 운영 상황과 먹이 공급 상태에 따라 프로그램은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문객 역대 최대…하루 1만명 넘기도
동북호림원을 찾는 관광객 수는 최근 크게 증가했다.
하얼빈 지역 매체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 동안 방문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춘절 당일에는 7708명이 방문했고, 다음 날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베리아호랑이 번식·보호 기지로, 현재 1000마리 이상을 사육·관리하고 있다. 관람객은 차량에 탑승해 사파리 형태로 방목된 호랑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국가 AAAA급 관광지로 지정해 보호와 관광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이나 주요 자연생태 관광지와 비슷한 국가 인증 관광 등급이다.
멸종위기 시베리아호랑이…보호 노력 계속
시베리아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라고도 불리며,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동물이다.
20세기 초 무분별한 사냥과 산림 개발로 개체 수가 급감해 1940년대에는 40마리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 정책으로 현재 야생 개체 수는 약 500~600마리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보호구역 확대, 번식 프로그램, 밀렵 단속 등을 통해 개체 수 증가를 추진하고 있다.
동물 복지와 관광 공존 과제로
이번 간헐적 단식 조치는 관광 산업 성장과 야생동물 보호 사이의 균형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관광객 증가가 보호 활동에 재정적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동물 건강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목적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종 보존과 건강 관리”라며 “과학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베리아호랑이 보호와 관광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방문객의 책임 있는 관람 문화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