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24분마다 반복된 우주의 미스터리 전파… 정체는 ‘백색왜성 쌍성계’
수년간 천문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우주 전파 신호의 정체가 밝혀졌다. 약 1시간 24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도달하던 미확인 전파가 서로 가까이 공전하는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천체계에서는 한 별이 다른 별의 물질을 끌어당기며 강력한 전파와 X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코비 로즈(Coby Rose)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ASKAP J1745−5051’이라는 백색왜성 쌍성계를 발견하고, 장주기 전파 과도현상(long-period radio transient)의 기원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장주기 전파 신호의 정체 규명
장주기 전파 과도현상은 수십 분에서 수시간 간격으로 반복되는 강력한 전파 신호를 뜻한다.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약 12개 정도만 발견됐으며, 정확한 발생 원인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운영하는 ASKAP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해당 쌍성계를 포착했다. ASKAP은 넓은 관측 범위와 높은 해상도, 뛰어난 감도를 갖춘 장비로, 기존 관측 방식으로는 놓치기 쉬운 희귀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견된 ASKAP J1745−5051은 백색왜성과 적색왜성으로 구성된 쌍성계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지지만 크기는 지구 정도에 불과한 초고밀도 천체다. 반면 적색왜성은 태양보다 훨씬 작고 차가운 별로, 질량은 태양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두 별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으며,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질 이동과 자기장 충돌이 만든 전파
관측 결과 적색왜성의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끌려가며 가열되고, 이 과정에서 X선이 방출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동시에 두 별의 자기장이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면서 강력한 전파 신호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파 신호는 약 1시간 24분 주기로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X선과 전파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
연구팀은 전파와 X선의 세기가 동시에 최고조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두 신호가 쌍성계 내부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생성된다는 의미다.
분석에 따르면 X선은 적색왜성의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흘러들어가며 고온으로 가열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반면 전파는 두 별의 자기장이 충돌하는 영역에서 특정 방향으로 집중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비 로즈 연구원은 “전파와 X선 방출 모두 별의 공전 운동과 연관돼 있다”며 “두 신호의 최대 강도가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각각 다른 영역에서 생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성자별 가설의 한계
그동안 학계에서는 천천히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장주기 전파 과도현상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 이후 남긴 초고밀도 천체로, 회전하면서 전파를 방출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느린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만으로는 이 같은 강력한 신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론적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일부 장주기 전파 현상이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사한 천체가 쌍성계와 연관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두 별 사이의 물질 이동 과정과 전파·X선 방출 메커니즘이 동시에 명확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ASKAP J1745−5051은 규칙적인 X선을 방출하는 두 번째 장주기 전파 천체로 기록됐으며, 그 규칙성의 원인이 밝혀진 첫 사례이기도 하다.
다른 우주 전파 신호 연구의 기준 될 가능성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앞으로 다른 장주기 전파 신호의 정체를 밝히는 기준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였던 ‘로제타석’처럼, 향후 발견될 유사 신호가 백색왜성 쌍성계에서 나온 것인지, 혹은 중성자별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드니대학교 물리학과 학장 타라 머피(Tara Murphy)는 “이번 발견은 장주기 전파 과도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며 “극한의 자기장과 중력 환경에서 물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 실험실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추가 관측 통해 우주 전파 메커니즘 규명 추진
연구팀은 앞으로 전파·광학·X선 망원경을 동시에 활용한 추가 관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파와 X선이 발생하는 원리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다른 장주기 전파 현상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세계 각국이 차세대 전파망원경 개발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우주의 극한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ae-yoon Ryu는 Ulsanfocus.com의 필진으로, 국내외 주요 뉴스와 정치, 경제, 기술, 스포츠, 문화·연예,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보도를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이슈를 다루며, 독자들의 일상과 지역사회에 관련된 이야기를 균형 있게 전하는 데 집중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현재의 흐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